2020년의 한반도의 여름은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 기록과 이례적인 경로의 태풍으로 인해 안타까운 인명 피해와 더불어 원전이 정지되고 다리가 무너지는 등의 다양하고 막대한 물적 손실을 받았다. 장마철 평균 강우량은 356mm에 비해 50일 가까이 이어진 2020년 장마의 강우량은 재난에 가깝게 많은 경우였다.
이번 폭우에서 비롯된 산사태, 하천 범람 등으로 많은 사망자와 실종자, 이재민들이 생겨났다. 주택과 경작지, 축산분야까지 침수되어 그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또한, 도로 곳곳이 유실되거나 침수되어 복원 작업이 필수인 상황이다. 호우로 인한 범람과 산사태, 태풍으로 인한 각종 시설물 복구 비용만 조 단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들이 피해를 받았지만 특히 바닷가와 가까이 있는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와 포항, 양양 등의 도시와 울릉군은 특히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 남부지방인 섬진강의 경우 하천 수위가 도로 위까지 올라온 경우는 허다했다. 도로 일부가 유실되어 가드레일이 파손되었고 물에 잠긴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부산 구포동 대저생태공원과 화명동 생태공원은 완전히 물에 잠겼다. 경남 거창군 고제면은 산사태로 주민들 모두가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는 거리에 폭탄이 떨어진 것 마냥 가전제품이 나뒹굴고 진흙으로 도로가 엉망이 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전국적인 수해 피해 사례는 쏟아졌다.
장마는 대륙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태평양의 무덥고 습한 공기가 맞부딪혀 생기는 공기의 충돌 현상으로 북쪽과 남쪽 공기의 성질이 다르면 다를수록 충돌은 격렬하다. 올여름은 북쪽과 남쪽 공기 모두 비정상적이었다. 북쪽은 더 차고 건조해졌고 남쪽은 더 뜨겁고 습해졌다.
올여름 북극의 얼음이 확연히 녹아버렸다. 북극의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우리나라 면적의 20배가 넘는 얼음이 평년보다 더 녹았다. 뜨거워진 공기는 러시아 우랄산맥 부근에서 강한 고기압을 만들어 북극의 찬 공기를 아시아 내륙 깊숙이 내려오게 했다. 올여름 시베리아 동부는 40℃에 가까운 폭염에 시달렸고 대규모 산불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뜨거운 열기로 커다란 고기압이 형성되었다. 이 고기압은 편서풍 흐름을 가로막아 찬 공기의 물길을 동아시아로 틀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장마전선이 만주로 북상하지 못하고 한반도에 장기간 머물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비정상적인 집중호우와 태풍의 원인으로는 서태평양 전역의 해수면 상승이 있다. 높은 수온으로 형성된 막대한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된 것이 그 이유이다.
2020년 9월까지를 기준으로 발생한 태풍은 11개이다. 그 중 절반 정도인 5개의 태풍은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연달아 온 바비, 마이삭, 하이선의 경우 한반도에 접근 시 여전히 강한 세력을 유지해 큰 피해를 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강할수록 태풍은 세게 발달한다”라고 말한다. 태풍은 따뜻한 해수에서 발생한 수증기와 대기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 발생하기 때문에 미래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수온이 상승하면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연구결과 수온이 2~4도씨가 상승하면 최대풍속은 10m/s 증가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미 생긴 태풍의 세기를 줄이는 세력이 부족해 꾸준히 발달하는 것도 규모가 커지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북상해오는 태풍의 상층부에 차고 건조한 공기를 강하게 불어 넣어 태풍을 약화시키는 제트기류가 약해지기 때문에 태풍에 주는 영향도 미미해진다. 이 제트기류도 온난화에 의해 북극의 온도가 높아지며 약해졌다. 이렇게 약해질 원인을 찾지 못한 태풍은 한반도가 길목이라도 된 마냥 이동한다. 위의 3개의 태풍 모두 경로가 비슷하다. 이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조금 더 북서쪽으로 강하게 확장됐다. 이에 타원을 그리며 빠져나가던 태풍들이 일직선으로 북진을 한 것이다.
날씨는 시시각각 변화하지만 기후는 다르다. 기후가 한번 변화하면 다시 되돌리기는 그 무엇보다 힘들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이번과 같은 이상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물난리는 기후변화의 시그널이며 우리는 반드시 자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