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경상대학교는 2019년 6월, 본격적으로 대학 통합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며 양 대학 통합의 출발선에 섰다. 두 학교가 합쳐진 통합대학은 계획대로라면 2021년 3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에 본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경상대학교 측과 함께 수차례 협의를 걸치며 2020년 1월 대학통합실무단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등 통합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교내 구성원들의 통합에 대한 이견은 분명히 존재하는 듯 보였다. 여러 차례 개최된 공청회에서도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학생들과 함께하는 자리임에도 불구, 언성을 높이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그간 대다수의 학생들은 코로나의 여파로 실제 공청회나 설명회에 참여하지 못해 학생 대표인 학생회가 제공하는 관련 공지를 통해 통합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본 통합의 주요 쟁점은 두 학교가 모두 공평한 입장에서 통합이 이루어지는, 바로 ‘일대일 통합’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두 학교 중 단 한 곳도 손해 보지 않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통합은 이루어지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오로지 한쪽만이 모든 약점을 안고 가는 상황은 공평한 통합이라 말할 수 없다. 본교 교무위원회 등은 통합 진행 과정에서 일대일 통합의 자세를 견지하며 유지해 왔다고 말하고 있으나, 사실상 현재까지 논의된 통합 진행 과정을 속속히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본교가 제시한 대학 통합 세부 실행계획서에는 학교 구성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통합 교명을 ‘경상국립대학교’로 지칭하는 대신 본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1910년부터 이어져 온 역사를 유지하고, 통합대학의 본부를 현 본교 위치인 ‘칠암 캠퍼스’에 유치한다고 적혀있다. 또한, 본교 학생의 보호 방안으로서 학생 입학 기간 당시 학과명을 유지 시키고, 졸업 시 교명은 입학 당시와 통합대학교 교명 중 선택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호하겠다 밝혔다. 추가로, 유사 중복으로 학과명이 바뀌었을 경우 개인 선택에 따라 과명을 선택하게 하는 등 통합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이익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겉으로 잘 협의한 듯 보이는 이 ‘세부 실행계획서’의 뒷면에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2020년 7월 13일, 대학 통합에 관련하여 교무위원회는 회의를 걸쳐 양 대학의 통합 세부 실행 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협의서를 교육부에 제출하였다. 하지만, 이 협의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대학본부가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독단제출하였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이에 본교 교수회는 ‘통합 형태’에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 교육부가 제시한 1안(양 대학 모두 폐지 후 새 대학 설립)과 2안(한 대학의 존속, 다른 한 대학의 폐지)이 존재함에도 불구, 구성원 동의 없이 본교 총장과 대학본부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교육부에 제출 후 통보하였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2020년 8월 6일 개최된 통합 관련 학생 설명회에서 본교 부총장은 제출한 협의서 관련 질문을 받으며 ‘통합되는 대학’, ‘통합하는 대학’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였다. 실제 교육부에 제출한 협의서 내용에서 두 단어를 사용하였으며, ‘통합되는 대학’과 ‘통합하는 대학’에 대한 명시적 지칭은 하지 않았다고 대학본부는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단어들은 그동안 대학본부가 취해왔다던 일대일 통합의 자세보다는 ‘흡수통합’의 자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학본부의 입장은 이러했다. 교육부에 제출한 협의서는 대학 통합 형태를 ‘보류’하고 있으며, 통합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마지막 절차에서 각 대학의 총장이 교내 구성원 뜻을 물어 진행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본교 부총장은 학생 설명회에서 협의서 독단제출 의문에 대해 “그간 통합을 진행해 오면서 일대일 통합의 자세를 유지해 왔지만, 일을 추진하다 보니 행정과 법 절차를 걸치면서 예기치 않았던 것들이 돌부리처럼 튀어나왔다.”라고 말했고, ‘일대일 통합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라는 학생 질문에 “일대일 통합을 한다면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추합하여 천천히 통합했을 때와 빠르게 통합하였을 때 구성원에게 무엇이 더 유리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교수회와 본교 구성원들은 대학 통합 형태에 관하여 뒤늦게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는 교육부가 제시한 통합 형태 중 선택하는 방식이었는데, 1안(양 대학 모두 폐지 후 새 대학 설립)이 84.2%로 매우 우세하였다. 하지만 우리에게 유리해 보이는 통합 형태 1안에도 문제점이 존재한다. 우리와 통합을 진행하는 경상대학교는 올해 6월 권순기 신임 총장을 선출하였다. 본교 김남경 총장의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양 대학을 모두 폐지하는 방향의 1안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수회가 교육부에 선 제출한 협의서를 보류해 달라는 내용의 서류를 보냈으나, 이는 대학본부의 독단적인 협의서 제출에 대한 제지일 뿐, 실제 두 대학이 모두 폐지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우리 학교와 경상대학교가 진행하는 통합은 ’주도권 싸움‘의 국면에 닿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로선 이 주도권 싸움에서 우리는 조금씩 뒤처지고 있다. 우리는 몇 번씩이나 진행한 공청회나 설명회를, 경상대학교 측에선 진행한 적 없는 것이 증거이다. 이 주도권 싸움은 대학이 통합된 후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공정성과 직결될 것이다. 통합 세부 실행계획서에서 ’통합되는 대학‘은 입학정원을 20% 감축시킬 것이라 명시되어있다. 경상대학교에 비해 본교의 규모가 작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 냉정히 생각했을 때, 한 해의 입학정원이 본교의 약 두 배인 경상대학교보다 우리 학교에서 정원을 감축시키는 것이 통합대학에 이익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의 통합과정에서의 불가피한 모든 희생이 우리의 몫이 될 수 있다.
대학본부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 모두가 통합에서 바라는 점은 두 학교의 통합이 현실 되었을 때 본교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발전이라 말할 수 있다. 통합 학생 설명회에서 본교 학생 부회장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가가 중요한데, 학생회 대표한테조차 통합 진행 과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통합에 대해 학생들은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현재로선 없기에, 대학본부 등 통합에 대해 직접 협의하고 논의하는 주체들은 이러한 공동의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하여 경상대학교와의 통합 협상에 대한 터닝포인트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